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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동요의 고장, 창녕군 이방면 안리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작사가 이일래 선생이 '산토끼'를 만든 곳으로 알려진 이 마을은 현재 주민이 30명이 채 되지 않는 소멸 위기 지역이다. 인근에는 산토끼 노래동산과 우포늪, 곤충박물관 등이 자리해 관광지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은 드물었다.

그랬던 마을이 요즘 달라졌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손님들로 골목이 붐빈다. 그 중심에는 새로운 삶을 꿈꾸며 창녕에 둥지를 튼 청년 네 명이 있다. 이들은 창녕군과 더본코리아가 손잡고 추진한 '청년 외식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4월 '안리식당' 현대차미소금융 , '이방우동', '하씨라이스', '내동반점' 네 곳의 식당을 열었다.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청년들의 손길이 닿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안리식당 김지섭 씨가 토끼동산카츠덮밥을 들고 있다. /이원재 기자


여의도인터넷다시 찾고 싶은 창녕
안리식당 김지섭(34) 씨는 창녕 토박이다. 그는 읍내에서 치킨집을 차려 성공적으로 장사를 했고, 배달 업체가 부족하다는 상인들의 요청에 배달 대행사를 창업해 8년간 운영했다. 자연스레 요식업에서 손을 뗐지만, 마음 한켠에는 미련이 남았다. 이번 창업은 그 미련과 고향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맞물린 결과다.
저금리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창녕에 사람이 참 많았어요. 이제는 인구가 5만 명 아래로 내려갈 위기라 씁쓸하죠. 창녕은 제 고향이고, 가정을 꾸릴 터전이니 어떻게든 살려보고 싶어요.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면 외지 관광객이라도 끌어들여 활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의 가게 '안리식당'의 대표 메뉴는 치킨카츠덮밥과 토끼동산카츠덮밥이다. 부산자동차담보대출 귀여운 토끼 모양으로 만든 카츠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창원·대구·부산 등 제법 먼 지역에서 재방문하는 손님도 늘고 있다. 김 씨는 토끼카츠를 맛보러 다시 오는 손님을 볼 때, 창녕이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됐다는 걸 느낀다고 한다.

"안리마을은 주민이 30명도 안 되는 조용한 곳이었어요. 지금은 주말마다 아이들 웃 햇살론신청후 음소리로 시끌벅적합니다. 그런 풍경을 그리워하던 어르신들이 손자·손녀를 보는 듯 무척 좋아하세요.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안리식당이 이곳의 랜드마크가 되어 모두에게 에너지를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방우동 하재범 씨가 어묵튀김우동을 들고 있다. /이원재 기자


안리마을과 함께
경기도 안산 출신 하재범(34) 씨는 낯선 창녕에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과거 중국집 프랜차이즈를 운영했지만 30살 무렵 식당 문을 닫았다. 다른 일을 해봤지만, 요식업의 꿈은 늘 마음 속에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안리마을 창업자 모집' 공고를 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현재 그는 '이방우동'을 운영하며 돼지불고기우동과 어묵튀김우동을 선보이고 있다.
요식업 경험이 있었지만 시골 장사는 또 다른 모험이었다. 식자재를 구하려면 대구에서 대량 주문해야 했고, 외지 청년인 그에게 일손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의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마을 어르신들이었다.
"어르신들과 일하니 정말 좋아요. 처음엔 연세가 많아 힘드실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젊은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세요. 자식처럼 챙겨주시고 '잘돼야 한다'며 늘 응원해주시죠. 이제는 제 가게가 아니라 마을이 함께 만드는 식당 같아요."
하 씨는 처음엔 창녕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궁금해 도전했지만, 지금은 간절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야외 점포라 여름 무더위엔 손님이 뚝 끊겼어요. 그때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풀장을 설치해 사람을 모았죠. 최근엔 누리소통망(SNS) 홍보도 시작했어요. 그런 시도 덕분에 단 한 명이라도 더 창녕을 찾는다면 그걸로 충분히 보람 있습니다."




하씨라이스 박현준 씨가 함박스테이크를 들고 있다. /이원재 기자


BMW 딜러에서 초보 사장님으로
하씨라이스 박현준(36) 씨는 창녕 토박이로, 24살부터 서울과 인천에서 BMW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쳐 번아웃을 겪었다. 그러던 중 이 프로젝트를 우연히 접했고, 예비 신부의 응원에 힘입어 지원을 결심했다. 요식업 경험은 전무했지만, 평소 자신이 해준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던 예비 신부의 격려가 귀향을 이끌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느린 속도 탓에 남들보다 두 시간 일찍 출근하고 두 시간 늦게 퇴근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은 익숙해져 하이라이스와 함박스테이크를 제법 능숙하게 내놓는다. 사장으로서의 목표는 단순하다. 손님이 만족하고 다시 찾는 가게를 만드는 것이다.
"가게를 차리고 가장 기뻤던 건 합천에서 오는 단골 어르신이 생긴 거예요. 이전 직장에서도 그랬지만, 고객이 만족하고 다시 찾는 게 최우선이죠. 음식이 맛있고 친절하다는 말만 들어도 충분히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도시의 삶에 지쳐 고향으로 돌아온 만큼, 귀촌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잖아요. 그때 회사 밖의 현실 때문에 그저 버티는 분들도 많은데 귀촌 창업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내동반점 최한샘 씨가 불마늘 짜장면을 들고 있다. /이원재 기자


창녕 마늘로 전하는 고향 사랑
내동반점 최한샘(29) 씨도 창녕 출신이다. 그는 중식당에서 일을 배우고, 제주 국제학교에서 단체 급식 조리사로 근무하며 경험을 쌓았다. 국외 취업과 창업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는 고향 창녕에서 이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현실적으로는 지원 사업을 통해 적은 비용으로 창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고향에 대한 애정이었다.
"고향이 아니었으면 신청하지 않았을 거예요. 인구가 줄고 젊은 사람이나 아이가 거의 없는 현실을 보면서, 창녕에서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는 창녕의 맛을 음식에 담았다. 지역 특산물인 마늘을 활용해 마늘짜장면과 불마늘짜장면을 개발했다. 마늘짜장은 감칠맛을 극대화했고, 불마늘짜장은 짜장면의 느끼함을 잡아 어른들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창녕을 잘 모르거나 창원과 헷갈리는 사람도 많았어요. 안리식당에서 일하며 창녕을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게 뿌듯하고 재미있습니다."
최 씨는 꼭 요식업이 아니더라도 창녕에서 창업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이나 대도시는 주거비·생활비가 비싸고 창업 비용도 크잖아요. 꼭 식당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시도들이 활기를 띠어 창녕이 '창업하기 좋은 지역'이라는 인식이 퍼졌으면 합니다."
한편, 이들 식당 네 곳이 모여있는 '산토끼밥상'은 창녕군 이방면 안리내동길 16-1에 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오전 11시에서 오후 7시)까지 영업하며, 11가지 다채로운 메뉴를 6000~8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이원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