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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제게 일류 만화가가 될 노력과 재능은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삼류 만화가로 잊히고 싶지는 않아요. (중략) 저는 일류 만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이류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강착원반 작가)
만화 '데드미트 패러독스'의 이야기를 만든 강착원반 작가는 어떤 만화를 만들고 싶으냐는 질문에 오래 고민해본 듯한 답을 꺼내 들었다.
그가 말하는 이류 만화가가 이도 저도 아닌 평범한 만화가는 아니다.
그는 "독자에게 꾸준히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 기대도 받지만 그만큼 질타도 받는 작가. 최고는 못 되더라도 늘 최선을 다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생계형 작가"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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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데드미트 패러독스' [교보문고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모든 질문에 진지한 대답을 내놓는 강착원반 작가와 '데드미트 패러독스'의 그림을 그린 사토 작가를 지난달 28일 경기 부천 웹툰 융합센터에서 만났다.
이 만화는 한국장학재단 학자금전환대출 2019년 일본 3대 만화 출판사인 고단샤 공모전에서 1등을 하면서 주목받았고, 지난해 한국에 번역·출간됐다.
출판만화 시장의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도 큰 일본에서 먼저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한국인 창작진에 많은 시선이 쏠렸다.
두 작가는 그간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올해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팬들과 대 씨티은행 새희망홀씨 담회·사인회를 진행하며 처음으로 국내 팬들과 직접 소통하게 됐다. 강착원반 작가가 언론사 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만화계에 먼저 발을 들인 것은 사토 작가다.
사토 작가는 "입시 미술을 배우던 중학생 때 채색을 잘하지 못해 펜 터치만으로 승부를 보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들었고, 이게 대학생 때까지도 굳어졌 브로커업무 다"며 "한국에서는 이미 웹툰이 인기라 흑백 만화를 잘 받아주지 않았고, 주변 권유로 일본 공모전에 (만화를)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단샤가 주최하는 일본 유명 만화 시상식인 지바 데쓰야 상 공모전에 작품을 냈고 '계부의 아들'로 2019년 일반 부문 대상을 받았다.



가계기업대출강착원반·사토 작가 [작가진 포스타입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강착원반 작가와는 우연히 만났다.
만화 지망생들이 알음알음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들어간 것이 시작이었다. 약 100명이 참여하는 채팅방이었는데, 사토 작가가 올린 콘티를 보고 강착원반 작가가 '대사를 봐 드리겠다'며 고친 것이 인연이 돼 협업을 시작했다.
사토 작가는 "대사를 고친 것만으로도 만화의 완성도가 달라졌다고 느꼈다"며 "나이대도 비슷하고, 추구하는 바도 비슷한 것 같아 함께 일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강착원반 작가는 당시 게임 스토리 작업과 웹소설 작가를 병행하고 있었으니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셈이다.
그는 "원래 만화를 하고 싶었지만,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했다. 저조차도 제가 만화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사토 작가가 없었다면 전 일본에서 데뷔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들의 대표작은 '데드미트 패러독스'다. 인간과 좀비가 함께 살지만, 차별이 만연한 세계에서 좀비가 자기 인간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를 놓고 재판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초안은 사토 작가가 짰다. '좀비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물음을 중심으로 한 짧은 이야기였다.
강착원반 작가는 "좀비가 본인의 사망보험금을 탄다는 아이러니가 마음에 들었고, 너무 재미있었다"며 "당시 고단샤 공모전 주제가 '돈'이었기에, 사망보험금 이야기가 담긴 이 초안을 무조건 쓰자고 했다"고 말했다.



'데드미트 패러독스' [교보문고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공모전 1등을 차지한 후 연재에 들어갔지만, 그 과정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우선 편집자의 쉼 없는 수정 요청을 반영해야 했다.
원래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좀비 릴리는 흑발의 동양인이고 용감무쌍한 성격이었지만, 수정을 거쳐 금발의 요조숙녀 캐릭터로 바뀌었다. 또 주인공 변호사 골드의 성격, 그의 동생 실버의 커리어 이야기도 많이 수정했다.
사토 작가는 "출판사에서 '이제 8화까지 나왔으니 9화도 내셔야죠'라고 했는데, 저희가 더는 건강 문제도 있고 여력이 없었다"며 "'우리 능력 밖이다. 주인공을 죽이자' 생각하고 마지막 회에 골드의 묘비를 그려 넣었다"고 웃었다.
두 작가도 이 작품을 만들면서 수없이 싸웠다. 싸움의 소재는 언뜻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 서로 굽힐 수 없는 내용이었다.
사토 작가는 "'좀비가 된 릴리의 입에서 입김이 나야 한다, 아니다'로 엄청나게 싸웠다"며 "결국에는 강착원반 작가 말대로 입김을 그렸다"고 돌이켰다.
이에 강착원반 작가는 "지금 생각하면 잘못했다. 사토 작가가 '너 그냥 하지 마' 해도 되는데, 계속 같이 붙어서 싸워준 것이 미안하고 고맙다"고 반성하자, 사토 작가는 "죽을 때까지 '좀비도 입김이 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라며 웃었다.



만화 '데드미트 패러독스' [작가진 포스타입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렇게 싸웠지만, 둘은 6년째 따로 또 같이 만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고 두 작가는 입을 모았다.
특히 강착원반 작가는 "죽을 때까지 만화를 하고 싶다"며 "가능하다면 편집자나 편집장 같은, 만화를 대하는 다른 방향의 직업도 가져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만화 '데드미트 패러독스'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두 작가는 모두 드라마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펼치기를 바란다면서도 만화 속 첫 장면을 영상으로 보고 싶다는 희망을 덧붙였다.
"만화 초반에 양복을 입은 중년의 좀비가 초라하게 앉아서 변호사 골드에게 변호를 의뢰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장면은 한 번 (영상으로) 보고 싶어요." (강착원반 작가)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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