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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사랑이란 실로 복잡하다. 솔직한 감정으로 직진하기도, 현실 속에서 득과 실을 따지기도 한다.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이 복잡한 사랑의 이해(利害)를 겪으며 진정한 사랑을 이해(理解)하는 과정을 그렸다. 은행 지점에서 함께 일하는 네 남녀 안수영(문가영 분), 하상수(유연석 분), 박미경(금새록 분), 정종현(정가람 분)은 서로 다른 처지에서 사랑이란 감정으로 얽히고설킨다.



·안수영 “모래성 쌓기를 좋아하던 내가 깨달은 건, 언젠간 무너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 손으로 법인회생신청서 무너뜨렸어요.”
소문난 미모에 실적도 1등. 어려운 가정형편은 늘 그를 불안하게 만든다.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보이지 않는 계급의 벽에 상처받는다. 좋은 학벌에 정규직인 상수에 대한 마음을 밀어내고, 비슷한 처지의 은행 청원경찰인 종현과 사귄다.



무직자당일대출 ·하상수 “변수가 없는 삶,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항상 앞서 생각하고 들이닥칠 불행에 대비하는 안정 추구자. 그의 인생에 수영이란 변수가 나타나자 혼란스럽다. 수영과 연인으로 발전할 여러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늘 주저했다. 수영에겐 “당신이 고졸이고 텔러라서가 아니라, 내가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느냐는 고민 미성년자신용불량 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진실일지는 미지수다.



·박미경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옷. 어차피 선배가 가지게 될 거, 내가 먼저 주면 안돼?”
부잣집 외동딸. 자기 힘으로 무언가 이루고 싶다며 은행에 입사했다. 아버지로부터 다정한 말 한마 농협직장 디보다 지폐 한장 더 쥐여주는 게 낫다는 식의 사랑을 받아온 미경은 대학 선배 상수에게 물질과 애정 공세를 쏟아부어 사귀게 됐지만, 상수의 마음은 다른 곳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종현 “사람들이 무시해도 아무렇지 않아요. 꿈이 있으니까, 점점 나아질 거니까.”
1억 예금 이자 찢어지게 가난한 그에겐 경찰이란 꿈이 있다. 낮에는 은행 경비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한다. 수영과 함께라면 더 큰 꿈도 꿀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계속되는 낙방에 자존심은 깎이고 수영과의 관계에도 금이 가기 시작한다.



제철 음식 전문점 ‘동해식당’의 굴국밥


극중 경남 통영과 굴국밥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은행 근처 수영 부모님의 굴국밥 가게는 수영의 숨기고 싶은 현실이자, 상수의 단골집이었다. 그리고 수영의 고향인 통영은 두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는 장소다. 상수가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수영을 찾으러 무작정 달려간 그곳, 통영으로 향했다.
통영은 계절마다 챙겨 먹을 음식이 많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면 햇굴 출하가 시작된다. 통영 굴은 알이 통통하기로 유명하다. 수하식으로 키운 굴이기 때문이다. 수하식 양식은 굴 유생을 붙인 줄을 부표에 붙여 바닷속으로 길게 늘어뜨려 키우는 방식으로 간만의 차가 적은 잔잔한 남쪽 바다에서 이뤄진다. 내내 바다에 잠겨 끊임없이 먹이를 섭취할 수 있어 알이 크고 실하게 차오른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맛과 향은 더욱 진해진다. 통영에선 생굴을 비롯해 굴밥·굴전·굴구이·굴무침까지 신선한 굴을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다. 그중에서도 굴국밥은 굴 특유의 시원한 향과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통영여객터미널 근처에 있는 제철 음식 전문점 ‘동해식당’도 굴국밥을 개시했다. 권인숙 사장은 “10월말부터 늦으면 4월초까지 굴국밥을 내놓는다”며 폴폴 김 날리는 뚝배기를 들고 나왔다. 불투명하게 뽀얀 국물에 무와 콩나물 위로 굴이 아낌없이 올라갔다.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과 함께 굴 두점을 후루룩 먹는다. 우유처럼 고소하고 단맛도 느껴진다. 굴국밥을 게 눈 감추듯 마셨다. 서울에서 처음 먹었던 비린 굴국밥 때문에 지금까지 피했던 세월이 아쉬울 정도였다.



통영 서피랑길의 99계단.


굴국밥 덕에 따뜻해진 몸으로 수영과 상수가 함께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 움직였다. 첫 발걸음은 서피랑길에서 시작한다. 수영과 상수가 돈가스를 먹은 식당이 이 길에 있다. 가파른 계단과 골목 여기저기엔 동네 주민들의 이야기와 통영의 푸근한 정서가 묻어난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통영 풍경.


다음은 통영 케이블카. 수영이 상수에게 “남들 하는 거 다 하자”며 데려간 곳이다. 편도 1975m를 잇는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 올라가면 한려수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시선을 멀리 던질수록 다도해의 섬들이 하나둘 나타난다.



미륵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한려수도.


그들이 운명처럼 재회한 수륙해수욕장에 닿았다. 작고 조용한 이곳은 왠지 모를 비밀스러움이 느껴진다.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에 윤슬이 반짝거린다. 모래 위엔 누군가가 모래성을 쌓았던 흔적도 남아 있다. 해안선 끝에 있는 등대 낚시공원 방파제엔 낚시꾼들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앉아 바다의 평온을 즐기고 있다.
망설이다간 지나가버릴 계절이다. 득과 실 계산 말고 떠나자. 먹고 보고 즐기기에도 아까운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