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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판화의 색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에디션을 붙일 수가 없어요. 어린 시절 서예를 하면서 매번 똑같은 글자를 썼지만 똑같은 글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날의 기분, 날씨, 상황에 따라 늘 다른 글씨가 나왔거든요. 판화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여러점 만들기를 포기한 대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들었으니, 판화 작가로서 이만한 결과물이 또 있을 증권수수료면제 까 싶습니다.”
단 한점의 판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정현 작가는 지난한 과정을 되풀이한다. 같은 종이에 7~8가지 색을 중첩시키기도 하고 몇개 다른 버전의 원본 판화를 덧대어 찍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스며들고 쌓인 색들은 작품마다 전혀 다른 질감을 만들어낸 현대캐피탈 다. 그렇게 태어난 작품은 빤딱빤딱한 신작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오랜 시간을 품은 듯 아련하고 고아하다.
어릴 적부터 서예와 미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정현 작가(68년생)는 그러나 차마 미술을 전공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공부 좀 했던 그에게 부모님 기대는 거대했고,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은 전자공학과를 대학생개인돈 추천했다. 그렇게 경북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하고 나서야 완전 잘못된 길로 들어섰음을 알았다고. 한없이 방황하던 그에게 부친은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보고나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자”고 다독였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인 90년, 그는 훌쩍 프랑스로 떠난다.
미술 공부를 해본 적 없는 그에게 한국 대학은 갈 곳이 없었다. 86학번 배지를 달고 다닌 부산소상공인창업지원센터 대학가는 늘 시위로 시끄러웠다. 가끔 꽃을 그리곤 하던 그를 본 친구들은 “개념이 없다”며 나무라기 일쑤. “당시 받은 상처로 인해 꽃을 다시금 세상에 내어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조용히 들려준다. 아예 한국과 접점이 없는 곳을 찾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나라가 프랑스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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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죽어라 불어 공부를 하고 유창하게 불어를 구사하는 유럽 학생들과 순전히 불어 실력을 겨뤄 파리1대학 조형예술학과 입학에 성공했다. 2학년이 되고 실기 전공을 정해야 하는 시점. 사진도, 회화도 해본 적 없던 정현의 눈에 ‘판화’라는 단어가 들어왔다. 대학 시절 캠퍼스 곳곳에 걸려있던 목판화가 그가 유일하게 친근하게 접한 장르였다. 그렇게 운명처럼 판화 전공을 선택하고 8년 반을 공부해 파리1대학에서 조형예술 박사 학위까지 땄다. 수월한 길은 아니었다. 파리1대학 박사 과정 시절 판화를 가르쳐줄 지도교수가 없어 실기는 에콜 드 보자르에서 공부하며 왔다갔다 하길 1년 넘게 해야 했다.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딸을 부모님은 애타게 기다렸지만,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덜컥 동양 전문 박물관인 세르누치 박물관에 취직한다. 그렇게 프랑스살이 이제 35년. 그 사이 정현 작가는 한국은 물론 프랑스를 대표하는 판화 작가로 떠올랐다.
꽃, 산, 나무 등 다양한 소재를 판화로 표현해내는 정현 작가의 트레이드마크는 문자, 그중에서도 한글, 특히 종이 대신 알루미늄박에 구현한 문자 판화다.
“어릴 적 서예를 공부하면서는 주로 한자를 썼고, 90년부터 35년동안 프랑스에 살면서 불어를 쓰다보니 언제부턴가 한글이 너무 그리웠어요. 한글은 소리나는대로 표기할 수 있는 글자잖아요. 다양한 소음과 온갖 감탄사, 웅성대는 소리들을 한글로 써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 소리들을 작품 한켠에 넣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그게 제 작품을 관통하는 획이 됐습니다. 2년여 전부터는 종이 대신 알루미늄박에 판화를 구현해보고 있는데 이 또한 다른 판화 작가들이 시도해보지 않은 길이라 상당히 의미가 있는 작업이구요.”
11월 4일부터 29일까지 여의도 살롱드아씨갤러리에서 열리는 ‘목판 변주곡’ 전시를 마치면 바로 2026년 한불수교 140년을 기념해 열리는 프랑스 그라블린 판화박물관에서의 전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고. 그 다음에는 프랑스 유일 문자박물관 샹쁠리옹박물관에서의 전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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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부터 29일까지 여의도 살롱드아씨갤러리에서 열리는 ‘목판 변주곡’ 전시를 마치면 바로 2026년 한불수교 140년을 기념해 열리는 프랑스 그라블린 판화박물관에서의 전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고. 그 다음에는 프랑스 유일 문자박물관 샹쁠리옹박물관에서의 전시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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